​오징어(이)가 태어났다!  SQUID came out of its EGG!

《Bang Soyun: Hello, World!》

2021. 10. 13 - 10. 31

참여작가: 방소윤

기획: 상히읗

언제부터인가 화가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는 현대미술계에서, 우리는 그림을 그리는 이 마저도 화가 대신 작가로 포섭하여 부르기 시작했다. 이는 신생 매체와 각종 개념으로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현대미술계에서 회화라는 장르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일지도 모른다. 근대 미술에 이르러 회화가 사진으로 그 존재 자체에 위협을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인상주의 회화의 출발점이 되었듯, 현대의 “화가”들은 그들이 직면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침없는 회화적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다. 회화는 결코 작가에 의해 닫혀있지 않으며, 시간, 빛, 보는 이의 움직임 등 변화하는 요소들과 결합하여 관람객의 경험을 통해 완결된다. 오늘날의 화가 방소윤(b. 1992)은 눈과 마음을 진동시키는 형용할 수 없는 경험으로 관람객을 이끌며 회화의 한계를 확장시킨다. 

방소윤은 빨간색을 빨간색으로 보기 위해 세상을 관찰한다. 잘 그리기위해 잘 보는 연습을 한다는 그는 일상 속에서 색과 생김새를 관찰하고, 이미지를 수집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색과 덩어리를 고민하고, 그들의 생김새를 눈과 머리로 흡수하는 방소윤은 화가라는 단어의 부재로 기인한 궁금증과 답답함을 해소해줄 수 있는 오늘날의 “화가”라고 할 수 있겠다. 작품의 매체나 수단 자체는 차치하고서라도, 방소윤이 제안하는 그의 세계 안에는 각종 생김새와 색, 덩어리가 가득하다. 어떠한 대상이나 이미지—인풋(input)—가 작품—아웃풋(output)—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방소윤은 마치 컴퓨터가 하나의 정보를 입력하고 출력하듯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기계같다는 의미가 아니다. 방소윤은 본인이 받아들인 인풋을 본인만의 언어로 번역하고 해석하여 방소윤만의 덩어리로 치환한다. 그래서인지 방소윤의 작품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본능적으로, 대충 느낌으로 의미를 알아들었 때 드는 쾌감과 같은 감정을 자아낸다.

 

상히읗에서 개최되는 방소윤의 첫 개인전의 제목  《Bang Soyun: Hello, World!》는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 출력하는 예제에서 기인한다. 브라이언 커니핸과 데니스 리치의  『The C programming Language』에서 “hello, world”를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한 후, 수많은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이를 대표 예제로 쓰기 시작했다. 개발자들에게 “Hello, World!”는 기계와의 소통, 또는 배움의 시작을 의미한다. 방소윤에게 “Hello, World!”가 관객과 소통하고자 손을 내미는 행위이자 바깥 세계로 내딛는 첫 발걸음이라면, 관객들에게는 방소윤의 세계안으로 입장할 수 있는 초대장과 같이 작용한다. 

 

방소윤의 작품이 주는 시각적 찬란은 단순히 색 조합이나 재료 선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화려하게 진동하는 체크무늬 위에 알 수 없지만 귀여운 표정을 강렬하게 그린다던가, 형체를 알 수 없는 초록 덩어리 위에 눈물을 그려넣는다던가 하는 등 예상치못한 구성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Bang Soyun: Hello, World!》에서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방소윤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또는 저절로 펜을 들게하는 그리고 마우스를 움직이게 하는 이미지나 생김새를 고집있게 관찰한 결과물이다. 방소윤은 그의 눈이 포착한 도상을 우선 종이 위에 드로잉 형태로 그린다. 드로잉들은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단계 더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게 되고, 이는 다시 종이나 캔버스 위로 옮겨져 에어브러쉬를 활용한 평면 작품으로 완성된다. <Dots>(2021-) 연작은 버섯이 가진 어떠한 의미나 상징성에 주목한 구상회화라기 보다는 이를 이루는 색감과 덩어리의 형상이 방소윤의 세계 안에서 실험되고 재해석된 추상적 결과물이다. 연필-마우스-붓을 오가며 마치 하나의 수련과 같은 과정을 통해 탄생되는 작품은 방소윤이 작품 속 주인공에 대해 알아가고, 또 친밀해져가는 과정이다. 켜켜이 쌓이는 종이 위의 레이어들은 우리의 마음을, 더 나아가—그리고 문자 그대로—우리의 눈을 진동하게 한다. 눈을 똑바로 뜨고 웰컴 투 방소윤 월드!

 

작가소개

방소윤(b. 1992)은 서울을 기반으로 거주 및 활동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Human touch⟫(2020), ⟪차라리 나쁘겠어요⟫(2021)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들며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는 방소윤은 2015년부터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거쳐왔다. 그는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으로 도형을 반복하고, 변형하며 화면을 구성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대상을 설정하고 이미지를 왜곡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더 나은 생김새를 구현하기 위해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