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이)가 태어났다!  SQUID came out of its EGG!

《No mistakes just happy doubts》

2022. 02. 09 - 02. 27

참여작가:  민백, 남예은, 김소희, 박시오리

공동기획: 상히읗, 민백

상히읗에서 네 명의 작가들이 조우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동력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소희, 남예은, 민백, 박시오리의 4인전 《No mistakes just happy doubts》가 오는 2월 9일부터 2월 27일까지 개최된다. 유연성, 즉흥성, 물질을 다루는 원초적 감각, 그리고 잇따른 불확실성을 향유한다는 접점에서 만나는 네 명의 작가는 창작자로서 느끼는 기쁨과 그 과정보다 결과론적 입장이 다분한 동시대 담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No mistakes just happy doubts》는 작가 개개인이 사유하는 생산의 의미와 작업이 공공의 영역에서 유효성을 얻게 되는 지점에 대해 재고하고, 그 자체로 핵심 동력이 되는 창작 과정에 대해 반추하도록 한다.

 

이들은 뚜렷한 목적지를 목표하며 빡빡한 루트를 계획하지 않는다. 내외부의 의심으로부터 선회하되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시행착오들을 여과없이,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온몸으로 흡수한다. 《No mistakes just happy doubts》에 참여하는 네 명의 작가들은 엄중한 거대담론이라는 바다에 표정을 잃고 유영하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창작자의 즐거움에 닻 내리기를 제안하고 각자만의 어법과 기술을 통해 치환된 시각적, 촉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상히읗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작업은 김소희(b. 1992)의 <How Do You Beat Glitter Zom-bie?>(2022)이다. 김소희는 반복 작업 속 의도치 않게 발생되는 오차에 주목한다. 작가는 시장이나 철물점에 수시로 방문하여 대량 생산되는 기성품이나 스티커, 장난감 등 수집욕구를 자극하는 물건들을 구입하고 작품 재료로 적극 활용한다.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작가의 결정에 의해 작품의 방향성은 좌우된다. 완성된 형태를 미리 설정하지않은 상태에서 제작되는 김소희의 작품은 다분한 우연과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묻어난다. 하나의 매체 위에 또 다른 질감의 매체를 덧입히고 또 변형시킨다. 작가의 손때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작품의 제작 과정을 상상하게 된다. 추억의 간식, 용가리 치킨이 시선을 끄는 <What Happens When You Microwave Chicken Nuggets>(2020)는 재료에 대한 작가의 모험과 탐구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형태의 변화가 쉽게 이루어지는 재료들을 활용하여 작품이 그 자체로 고착되지 않고 물리적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작가는 기성 미술재료의 표면에 슬라임을 더함으로써 촉각적 요소를 시각화한다.

 

신체도 하나의 언어 체계라고 여기는 남예은(b. 1991)은 손으로 직접 만지고 만드는 것(craftsmanship)에 천착하며 회화에서 설치로, 그리고 조각으로 다양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몸이나 감정, 그리고 생각에 부유하는 비언어적 요소와 그 형태들을 관찰한다. 인간의 몸이 외부 공간을 차지하는 면적과 부피,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몸 내부를 파고드는 작가의 연구는 전시작들을 통해 나타난다. 몸을 점유하는 신체기관과 감각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로 협업하고 있다. 흐르는 피와 호르몬은 저들의 힘으로 인간의 감정을 좌우한다. 남예은은 자신이 가진 신체와 협업하기 위해 본인의 ‘손’을 대화의 매개로 활용한다. 폐와 폐 기능을 형상화하고 재구성하거나 손의 모양을 더욱 작게 만드는 등 상상되는 내면을 외부로 드러냄으로써 확장되는 <에콰도르에서 발견된 새로운 동물의 신체 기관>(2022)과 <목공풀로 이어진 뼈와 뼈 그리하여 완성된 발렌타인 편지>(2022)는 비언어적 형태를 읽어내기 위한 작가적 연구의 일환이다.

 

민백(b. 1994)이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Pinky Swear>(2021)과 <Lavender Drive Thru>(2021)은 화려한 색감 속 흐르는 균열이 느껴진다. 민백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평소 작가의 눈에 맺히는 불균질한 질감이나 표면의 균열을 작품 안으로 가져온다. 작가가 상정한 캔버스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상충하는 파편들을 교차시키고 닿게하고 또 그 경계를 흐리는 과정을 거듭하며 유기적 구성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작가가 당시에 주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를 캔버스에 흩트려놓고, 흐르고 부딪히며 더해지는 재료들 가운데서 작가는 횡단하고 모색하는 주체로 위치한다.

 

박시오리(b. 1993)는 모노타이프와 회화적 시도를 결합한 추상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판화를 찍어내는 과정은 아주 예민하고도 철저하지만 결과물에는 늘 우연성이 개입된다고 이야기한다. 판화를 프레스기에 찍어내고 예기치 못한 결과물을 얻는 이 과정이 작가에게는 쉼표처럼 다가오고, 자연스럽게 다시 붓을 들고 마침표를 찍기 위해 나아간다. 모노타이프는 판화 기법 중에서도 가장 회화에 가까운 기법이다. 전시장내 창문에 설치된 드로잉 작품은 얼핏 봐도 켜켜이 쌓여진 레이어의 중층이 느껴진다. 아크릴 판으로 찍어낸 판화에 미처 못 풀어낸 단서와 이야기들을 추적하는 작업이다. 즉흥과 선택이 만나 만들어진 작품을 더듬어가며 혹여 놓칠세라 개별적 요소들을 연결시키고 서로에게 필연적인 존재로 엮어주는 박시오리의 작품은 마치 작가가 써내려가는 하나의 응축된 소설책같다.

 

실수라는 것은 없고 오직 뜻밖의 우연만이 존재하는 상히읗에서 작가들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 아닐까. 밥 로스 아저씨가 말하길, No mistakes. Just happy accid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