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이)가 태어났다!  SQUID came out of its EGG!

《텔레튜브》

2022. 01. 12 - 01. 30

참여작가: 민지(전보배, 이유경)

기획: 상히읗

상히읗은 2022년의 문을 여는 전시로 1월 12일부터 1월 30일까지 전보배와 이유경으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듀오 민지(minges)의 첫 전시 ⟪텔레튜브(teletube)⟫를 개최한다. 민지는 상히읗을 ‘텔레튜브’라는 임의의 공간으로 상정한다. 텔레튜브는 ‘멀리 있는(far)’을 의미하는 영어 접두사 ‘tele’와 매개체의 의미로 ‘tube’를 결합하여 탄생한 민지만의 용어이다. 전보배는 자연이 가공되고 변질되는 과정에 주목하고, 이유경은 디지털 이미지가 실재화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의미의 왜곡에 대해 고찰한다. 유사한 시각적 언어를 사용하는 울타리 안에서 민지는 상이한 개념을 다루며 각자의 둥지를 튼다. 이를 시각화하는 이번 전시 ⟪텔레튜브(teletube)⟫ 안에 위치한 작품들은 개별적 개체로서 존재함과 동시에 서로 교차하며 그들만의 등고선을 그린다. 매체를 다루고 접근하는 방식도, 각자 함의하는 서사도 다른 두 작가의 작업은 텔레튜브라는 교차로에서 조우하고 민지라는 듀오로 수렴된다.

 

온라인 세계에서 그 어느때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요즘, 무언가의 표면적인 정체성을 식별하는데 있어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비대하다. 디지털 세계에서 기표와 기의의 위계질서 또한 수도없이 엎치락뒤치락한다. 민지는 텔레튜브라는 공간 안에서 디지털 이미지와 물질을 소화하는 각자의 방식을 거침없이 선보인다. 개인과 사회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기성품이나 이미지가 개인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하며, 개념과 물질, 생산과 소비, 유용(useful)과 무용(useless)의 개념이 뒤섞인 관음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전보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양감이 더해진 토템적 성격의 작품을 선보인다. 자연이 개념적으로 가공되는 과정을 떠올릴 때면 작가의 머리속에는 이미지들이 떠다닌다. ⟪텔레튜브⟫에 형체를 알 수 없게 내려앉아 기이한 지형을 형성하는 작품은 작가의 머리속에 존재하던 이미지들에 물질성을 더하고 무게를 실어주려는 시도이다. 작가는 자연이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화장품, 영양제 등을 통해 쉽게 소비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또한, 수많은 가공과 공정을 거쳐 미디어 채널을 통해 송출되고 각종 재료로써 소모되는 자연이 본연의 모습에서 멀어지고 단순히 시청각적 기표(signifier)로 변질된 모양새에 대해 반문한다. 가공된 자연의 이미지에 익숙해진 우리는 아무런 의심없이 그것을 흡수하고, 또 그 모습을 소망하며 닮아가고자 한다. 예컨대, 유약을 발라 매끈하게 구워진 도자기의 표면은 잡티 하나 없이 뽀얀 피부를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도록 하며, 다시 우리는 자연추출물로 만들어진 화장품을 찍어 바른다. 작가는 구워지기 전의 실리콘과 디톡스의 떠오르는 신예 콤부차, 단백 추출물, 비타민 등의 정제된 재료를 도자 흙에 섞고 금속 소재와 병치하여 선보인다. 선형적인 과정의 가공이 아닌 목적과 기능이 뚜렷한 물질을 한 데 섞음으로써 그 어떠한 상품성도 띠지 않는, 정체성이나 그 기능이 모호하고 무용해진 무언가로 재탄생시킨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자연과 신체, 그리고 상품의 상관관계를 고찰한다. 

 

이유경의 작업의 핵심 사유는 이동성과 소비이다. ⟪텔레튜브⟫ 안으로 입장하여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야 나 미안한데 너무 당연히 오빠 그래도 많이 더워 키스 인상은 아 걔는 아직 청소가 안 끝났어>이다. 여러 층위의 이미지들이 중첩된 작가의 콜라주 작업은 관객의 눈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선별된 이미지들은 그 우위를 알 수 없게 서로 겹쳐져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이미지는 의도적으로 작품의 맨 아래 레이어에 위치하여 두 개의 작은 구멍을 통해 극히 일부만 보여진다. 이는 마치 투명 플라스틱 너머로 장난감의 일부만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완구 따위의 포장 형태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은 현혹시키는 제품과 궁금한 소비자 사이의 권력관계가 제품이 채택되고 구매되는 과정에서 전복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반면, 벨트와 하네스가 채워진 바위가 전단지를 붙인 채로 전시장 한 켠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안민석>은 운동에너지가 0으로 인식되는 물질에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착용하는 벨트와 하네스를 채운 작품으로, 작가는 임의로 돌에 이동성과 활동성을 부여하고 서로 상이한 특성을 가진 사물(돌)과 사물(이동장치) 사이의 관계성에 개입하고 반전을 더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외형적 특성만으로 물질을 수용하기를 멈추고 경험에 의해 습득된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접근을 하기를 권고한다. 전시장 천장에 설치된 투명플라스틱 체인 작품은 <Foot Locker>이다. 체인은 본디 산업용으로 건설 현장에서 무거운 것을 이동하거나 들어올리는 데에 그 쓰임새가 있다. 흔히 토이 체인이라 불리는 플라스틱 재질의 체인은 산업용 체인의 형태만 차용한 것으로, 장식용 재료로써 정서 위로 차원의 정도로만 기능한다. 작가는 작품의 재료성(materiality)을 통해 다시 한번 물질의 시각적 물성을 강조하며 ‘현대사회에서 촉각은 시각으로 대체된다’고 역설하고, 사회에 통용되는 개념들과 그 시각적 타당성에 반문한다. 

작가소개

전보배(b. 1992)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순수미술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꺼내, 잇는(2020), Happy Hour: 1+1+1+1+1+1+1+1(2021)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유경(b. 1994)은 서울을 기반으로 거주 및 활동한다. 2019년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순수미술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공간형에서의 첫 개인전 Soft Orgasm(2021)을 개최하며 같은 해 끼워진 촉각 - 사적인 터치(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